와인보다 비싼 위스키…정답은 숙성에 있다

입력 2021-02-18 17:33   수정 2021-02-19 02:00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은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멕시코의 전통주 테킬라다. 선인장의 일종인 용설란 수액으로 만드는 테킬라는 싸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가장 비싼 제품은 가격이 39억7000만원에 이른다. 멕시코 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테킬라 레이 925’란 제품이다.

두 번째로 비싼 술은 프랑스 코냑 ‘앙리 5세 그랑 샹파뉴’로 가격은 약 22억7000만원이다. 하지만 둘 다 진정한 술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술보다 장식에 투자했다. 엄청난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장식했다.

술의 가치가 높아 비싼 술은 따로 있다. 스카치 위스키 ‘맥캘란 파인 레어 1926’이다. 60년 이상 숙성한 제품으로 런던 소더비 경매를 통해 145만2000파운드(약 21억8733만원)에 낙찰됐다. 가장 비싼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산 ‘로마네 콩티’다. 일반 제품 가격이 가볍게 1000만원이 넘는 이 와인은 2018년 미국 뉴욕에서 1945년산이 55만8000달러(약 6억550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위스키에 비하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대표적인 이유는 저장과 숙성에 따른 맛의 변화다. 위스키는 세월이 지나도 맛이 안정적이지만 와인은 그렇지 않다. 술은 기본적으로 알코올 도수 20도가 넘으면 산패되지 않는다. 40도가 넘으면 균이 아예 서식하지 못한다. 고급 증류주가 알코올 도수 기준을 40도 이상으로 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도 이상의 위스키는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다. 특히 내부를 불에 그을린 오크통(참나무통)에서 숙성하면 여름에는 통이 팽창하고, 겨울에는 수축하면서 끊임없이 나무의 맛과 향이 위스키 원액에 스며든다.

오크통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계속 알코올을 증발시키는데 이때 위스키 숙성의 마법이 일어난다.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1년에 1~2% 정도가 증발한다. 초기 70도짜리 위스키 원액의 알코올 도수는 30년이 지나면 40도 안팎으로 내려간다. 이렇게 오래 숙성한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 물을 넣어 양을 불릴 수도 없다. 오래 숙성하면 숙성할수록 맛과 향이 응축된다. 오래된 위스키일수록 맛이 좋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20도 미만인 와인은 균이 서식할 수 있다. 물론 온도를 낮추거나 빛이 없는 환경에선 와인도 위스키처럼 숙성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세한 균이라도 들어가면 아무리 최고의 와인이라도 순식간에 맛이 식초로 변하는 등 산패 가능성이 있다.

20억원이 넘는 위스키는 10만원짜리보다 얼마나 더 맛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누구도 이 위스키를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억원이 넘는 위스키는 맛보려고 사지 않는다. 소장과 재테크를 위해 구입한다. 언제든지 다시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스키 회사들은 경매시장에서 절대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정책을 세운다.

결국 최고가 술은 ‘세월이 빚은 술’이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치다. 절대로 상하지 않는다는 마케팅과 ‘영국 왕실의 술’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스카치 위스키는 세계 최고의 증류주가 됐다.

한국 전통주도 이런 길을 갈 수 있을까. 최근 숙성 전통주 제품이 크게 늘었다. 안동소주는 18년 숙성 제품도 나왔다. 위스키처럼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술이 될 기회가 열린 것이다.

명욱 < 주류문화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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